Yukawa Hideki (湯川秀樹)를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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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9월 8일은 Yukawa Hideki (湯川秀樹) 박사의 기일(忌日)이다.

한때 그는 나의 우상이었다. 내가 그를 존경하게 된 이유는 일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라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그의 업적이 순수한 일본 학문 토양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Yukawa 박사를 알게 되면서, 나도 비록 노벨상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내 연구로 세계적 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내가 알기로 Yukawa 박사가 노벨상을 받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업적은 두 편의 저술이다. 하나는 일본 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어로 집필한 대학원 교재였다. 훗날 모두 영어로 번역되었지만, 그 출발은 철저히 자국 학문 기반이었다. 또한 그의 박사학위 역시 일본 지방의 오사카 대학에서 받은 것이었다. 이 점이 나를 크게 감동시켰고, 나 역시 순수 국내 연구로 세계적 학자가 되고자 당시 홍릉에 있던 K院으로 진학했다. Yukawa 박사가 ‘게다짝 박사’로 세계적 학자가 되었다면, 나는 ‘짚신 박사’로 세계적인 연구자가 되겠다는 청운의 꿈을 안고 K院의 대학원 과정에 들어갔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K고-S대로 이어지는 KS 마피아(E氏, L氏 등)의 견제로 나뿐 아니라 지도교수와 후배들까지 ‘삼족이 멸하는’ 수준의 피해를 입었다. 결국 실험실은 폐쇄되었다. 그들이 노린 것은 값비싼 연구 장비가 모여 있던 실험실을 차지하는 것이었다고 본다. 기계공학은 나의 적성과 잘 맞았지만, 이 사건으로 나는 학업 자체에 큰 상처를 입고 박사과정을 포기해야 했다.

K院 박사과정에서 KS 마피아의 압력에 쫓겨난 뒤 특례보충역을 위해 KIT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다. KIT는 1986년 설립되었으나 1991년 K院에 통합되었고, 나는 다시 K院 소속이 되었다. 그러나 1992년까지 남아야 했던 특례 문제로 인해 해고 압박과 폭언에 시달려야 했다. “너는 해고 대상이다”라는 모멸적인 말을 수없이 들었다. 그리고 해고 대상이었던 많은 동료들은 사직서를 내고 떠났다.

특례보충역을 마친후, 의대 진학도 잠시 고민했으나 가정 형편상 6년 과정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타대학에서 박사과정을 하려고도 했지만, K院 출신이라는 배경 때문에 타대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장학금 문제도 있었고, “실력이 부족해서 못 갔다”거나 “K院 학위에 집착했다”는 식의 근거 없는 소문까지 따라다녔다. 사실 나는 단순히 국내 박사학위로 세계적인 학자가 되고 싶었을 뿐이지, 'K院 학위' 자체에 집착한 적은 결코 없었다.

결국 자존심을 지키고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 기계 장비가 필요 없는 수학을 전공으로 바꾸었고, 다행히 미국 대학으로부터 전액 장학금을 받아 응용수학의 한 분야인 통계학 박사를 취득했다. 그후 미국 대학에서 교편을 잡아 종신교수직을 얻었다. 2015년에 모친의 건강문제로 귀국해 지방의 한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며칠 전 한국경제신문의 기사 「추락하는 韓 대학 글로벌 경쟁력…‘민낯’ 드러난 과학행정 후진성」을 읽었다. K院이 QS 국제 순위를 높이기 위해 설문 응답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보도였다. 이는 K院뿐 아니라 다른 국내 대학에도 불이익을 끼칠 수 있는 부끄러운 일이다. (참조: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90435261).

이번 K院의 금품 제공 사건을 보면서, 나의 청춘을 불태웠던 K院에서 겪은 기억들이 떠올랐다. 한국의 Yukawa를 꿈꾸며 박사과정에 들어갔으나 축출당했고, 연구원 시절에는 해고 압력에 시달렸다. 결국 국내 토종 박사로 세계적인 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접고 미국행을 택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院에 대한 애증은 여전히 남아 있다. 대학은 더 이상 파벌 싸움이나 집안 싸움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행위일 뿐이다. 대학은 높은 도덕성을 바탕으로 국가의 전폭적 지원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Honesty is the best policy”라는 말은 진부하게 들릴지 몰라도, 대학의 존재 이유를 지탱하는 절대 원칙이다. 진리를 탐구하는 대학에서 정직(Honesty)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나는 이제 국내 토종 박사로 세계적인 학자가 되는 꿈을 영영 이룰 수 없게 되었지만, 후학들만큼은 그 꿈을 이어가길 바란다. K院이 뼈를 깎는 각성을 통해 더 나은 길을 걸어가기를 소망한다. 오늘 나의 우상이었던 Yukawa 박사의 기일을 맞아, 청춘의 꿈을 회상하며 이 글을 남긴다. 끝으로, 학문에 일생을 바치신 Yukawa 박사의 숭고한 업적을 기리며, 고인의 영면과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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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제307조 (명예훼손):
제1항.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항.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10조 (위법성 조각 사유):
형법에서는 공연히 즉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가능성이 있게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가 된다.



진암 (眞巖/참바우/亞ㅅ士) 박찬석 (朴燦奭) 書.
나는 절대 자살하지 않는다. 절대 자살 당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