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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서도 인종차별이 심하다고 악명 높은 Deep South, 그중에서도 특히 심하다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클렘슨 대학교(Clemson University)에서 교편을 잡았고, 큰 어려움 없이 종신 교수직도 받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학연·지연 없이는 연구 과제에 참여하는 것조차 힘들다. 내가 부임했을 때 학과는 BK 펀드를 받아 운영 중이었고, 이후 들어온 다른 신임 교원들은 모두 BK에 참여했지만 나에게는 참여 요청조차 오지 않았다. 물론 나이가 많다고 우선시해 달라는 뜻은 아니다. 연구 성과가 우수하다면 나보다 어리거나 후임이라도 참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러나 당시 내 연구 성과는 학과에서 가장 우수했음에도 굳이 나를 배제했다. 이는 내가 학연·지연이 전혀 없고, 전공을 바꾼 소위 ‘전과자’ 출신 교수였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BK 펀드를 받으면 연구재단에 성과 보고를 해야 하는데, 참여 대학원생이 많을수록 평가에 유리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내 학생을 내 허락도 없이 BK 참여 교수의 제자인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물론 논문 지도는 내가 다 했다. 여기서 큰 불이익이 발생했는데, 논문 지도를 하면 3학점이 인정되어 수업 시수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내 학생이 아니니 나는 그 혜택을 받지 못했다. 내 제자를 K교수의 제자로 서류상 등록하여 그 교수의 수업 시수를 줄이는 데 이용한 적도 있었다. 소위 인신공양을 한 셈이다. 내게는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최소한 누가 언제 어떻게 내 학생의 지도교수가 바뀌었는지 알려주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 아닌가? 그러나 그런 기본조차 지켜 지지 않았다. 내가 내 학생의 지도교수가 바뀐 것을 안 것은 학과 사무실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실제 지도는 물론 내가 다했지만, 서류상 지도교수는 K교수였으니 나는 수업 시수 감면도 없고, 학생 지도 부담만 이중으로 떠안았다. 당시 BK 단장은 K교수와 같은 S대 I학과 출신의 선후배 관계였는데, 이렇게 학연·지연으로 학과가 움직였다.
이처럼 내 학생을 임의로 다른 교수에게 배정할 수 있는 것은 학과의 지도교수 변경 규정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생 C가 A교수에서 B교수로 지도교수를 바꾸고자 하면, B교수와 학과장의 서명만 있으면 된다. 즉, A교수의 동의 없이도 언제든 변경이 가능한 구조다. 학연이나 지연이 없는 나 같은 교수는, 학생 B와 학과장이 마음만 먹으면 속수무책이다. 나는 이 문제를 학과 회의에서 지적하며, 변경 시 A교수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대 측의 논리는 이렇다. 만약 학생 C가 A교수와 갈등이 있어 지도교수를 바꾸려 하는데, A교수가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승인하지 않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에 나는 또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즉, 학생 C와 B교수가 모두 원하더라도 A교수가 반대한다면 학과 회의를 열어 교수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통과되지 못했다. A교수가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투표까지 가는 것은 학과 분위기를 해치고 불필요한 분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나는 오히려 이렇게 주장했다. 학과 회의에서조차 과반수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지도교수 변경의 명분도 없는 것이고, 따라서 변경하지 않는 것이 옳다. 지도교수 변경처럼 중대한 사안은 A교수, B교수, 학생 C, 그리고 학과장 네 당사자가 모두 동의할 때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학과에서 A교수의 반대가 부당하다고 판단된다면 회의에서 충분히 과반수 의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내 의견은 완전히 묵살되었다.
그러던 중, 학과 내 한 교수가 해외에서 갑자기 장기 억류되는 일이 생겼고, 이 교수의 제자를 맡을 교수가 필요해졌다. 당시 나는 학과장이었는데, 문제는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공급망 사슬을 전공하는 교수가 여럿 있었지만 모두 거부했다. 나는 전공이 통계학이었으니 맡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학생들이 모두 외국인이라 언어 장벽 문제도 있었다. 그러나 학과장이라는 책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가 네 명의 학생을 맡게 되었다. 그중 두 명은 박사과정이었는데, 문제는 모두 BK 참여 학생이었다. 학생은 BK에 속해 있고 지도교수는 BK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한 상황이 된 것이다. BK에 참여 교수를 추가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고, 해외 장기 억류로 결원이 생겼으니 나를 보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관련 전공 교수들도 거부했는데, 학과를 위해 전공이 다른 내가 떠안은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끝내 BK에서 배제되었고, 학생은 BK 참여 학생, 교수는 비참여 교수가 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계속되었다. 그래도 나는 학과와 학생을 위해 참고 넘겼지만, 결과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이후 BK 단장은 펀드 종료를 앞두고 내게 참여를 권유했지만, 남은 예산이 얼마 되지 않아 학생 급여에 도움이 되지 않았고, 나는 이미 다른 연구비로 학생 급여를 해결했기에 거절했다. 아마도 단장은 체면을 세우기 위해 형식적으로 제안했을 뿐이었다.
BK가 끝나갈 무렵, 단장은 학과 회식 자리에서 “새 BK에는 참여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나는 참여 의사를 밝힌 적도 없는데, 굳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준 것이다. 그후 새로운 BK 과제는 주제가 ‘스마트 팩토리’에서 ‘산업 빅데이터’로 바뀌었고, 부경대와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데이터 분야 교수가 필요했는데 학과 내 인력이 부족하니 부경대를 끌어들인 것이다. 내 전공이 통계학이니 데이터 분야는 당연히 내 전문 영역이다. 그런데 이 사안을 학과 회의에서 논의했다는 점이 이례적이었다. 보통은 BK 교수끼리만 논의하기 때문이다.
그 학과 회의에서 한 젊은 교수가 나에게 BK 참여를 권유했지만, 나는 단호히 거절했다. 왜냐하면 이미 지난번 회식 자리에서 “BK 제안서는 학과에서 선발된 우수 교수만 참여한다”며 내가 배제되었음을 단장이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그 회식 장소도 정확히 기억한다. 대광참치라는 식당이었는데, J교수의 친구가 운영하는 곳이다.) 나는 다시 분명히 말했다. “선발된 교수만 참여하는데, 나는 선발되지 않았으니 참여할 수 없다”고. 그 후 여러 교수가 내 방을 찾아와 참여를 권유했지만, 나는 같은 이유로 거절했다. 또 다른 교수가 찾아와 “어떻게 하면 참여할 수 있느냐”고 묻기에, 나는 반복해서 “선발되지 않았으니 불가능하다”고만 말했다. 내게 참여를 요청한 교수는 사실 BK 단장과 같은 S대 I학과 출신으로 직속 후배였다. 그가 과연 단장의 허락 없이 내게 단독으로 참여를 요구했겠는가? 아마도 단장은 차기 BK 주제가 빅데이터 분야라, 통계학을 전공한 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공개적으로 나를 배제했으니, 직접 사과하기는 싫고, 대신 후배 교수를 통해 간접적으로 요청하게 한 것이다. 그 교수는 계속해서 내게 부탁하며 참여 방안을 물었다. 사실 답은 간단하다. 단장이 공개적으로 한 발언이 잘못이었다고 사과하면 된다. 그러나 그는 그럴 리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묘안을 냈다. “이번 BK 제안서는 선발제가 아니라 학과 교수 전원이 참여하는 것으로 하자.” 그렇게 되면 내 의사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나는 참여하게 되었고, 과제는 성공적으로 수주되었다. 그러나 나는 철저히 거리를 두었다. BK 과제에 이름만 올렸을 뿐, 제자들에게는 BK 혜택을 주지 않았다. 내 학생들은 모두 내 개인 연구비로 지원했다. 혹시라도 꼬투리를 잡힐까 조심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예 대학원생도 받지 않는다.
한편, 나는 이 부당한 차별을 학교에 신고한 적이 있다. 그러나 중재자 말을 들어보니, 단장은 “내가 참여를 부탁했지만 내가 거절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나는 즉시 반박하며 “참여 권유는 사실이나, 이는 단장이 체면을 세우기 위한 술책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예산으로는 학생 급여조차 충분치 않았는데, 그것을 두고 참여 제안을 했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새 BK 과제 제안서를 준비할 때는 왜 내가 참여 의사를 밝히지도 않았는데, 먼저 공개석상에서 “당신은 참여하지 말라”고 망신을 주었는가? 나는 이 점을 지적하며 단장의 주장이 교묘한 술책임을 설명했다.
결국 학연·지연이 없는 나는 한국 학계에서 인간 차별에 시달리며 살아야 한다. 미국 Deep South의 인종차별도 심하지만, 한국 학계에서 연고 없는 사람에게 가해지는 인간 차별은 그보다 더하다. 미국의 저명한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는 “I have a dream” 연설에서, 사람이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에 따라 평가받는 나라에서 살게 되길 희망한다고 외쳤다. 나는 차별을 받을 때마다, 차라리 피부색이라도 달랐다면 하고 한탄한 적도 있었다. 같은 인종이고 같은 언어를 쓰면서, 전공을 바꾼 ‘전과자’라 학연이 없다고, 외국 생활을 오래 하고 타지역 출신이라 지연이 없다고, 부모 덕이 없어 소위 ‘빽’이 없다고 받는 차별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받는 인종차별보다 내게는 더 큰 고통이었다.
형법 제307조 (명예훼손):
제1항.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항.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10조 (위법성 조각 사유):
형법에서는 공연히 즉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가능성이 있게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가 된다.